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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마을 가는 길 / 김욱진
  • 등록일2022-05-19
  • 작성자 김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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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마을 가는 길
김욱진

시인도 거절도 못 할 21세기 문학 강연 초청을 받고 
도리 없이 수도리 무섬마을 가는 길 
소낙비 쏟아지는 차창을 내다보며 
무섬에 대한 숨은 뜻 골똘히 상상해본다 
산골짝에 무슨 섬마을이 있을 리 만무하고
없는 듯 있는 섬 같은 마을이라서 붙여진 이름일까
강물 뺑 둘러싼 마을이라고 
뭍섬이라 그러다 혹처럼 딸린 ‘ㅌ’
거센 댐 물살에 떠밀려가고 무섬이 된 걸까 
섬 아닌 뭍을 보고 무섬이라 불러
물이 저절로 돌아나간 걸까
아니면, 그냥 뭍에 폭 가린 섬 같잖은 마을일까 
무섬이라 무섬…, 무섬만 자꾸 되뇌다 보니
흥겹게 들썩이는 노랫가락마저 
나를 휘돌아 나가고 있었다, 어느새 
물 도리도리 돌아나가는 수도리 
외나무다리가 굽이굽이 휘어진 
내성천 가로질러 건너고
담 너머로 어슴푸레 새어 나오는 
초가집 호롱 불빛 섬섬히 와 닿는 저녁
연기는 굴뚝을 빠져나와 
둥글 박 나뒹군 지붕 위로 
무슨 섬처럼 무심히 사라진다 
천상, 물 위에 떠 있는 무섬이다 


약력 : 2003년 시문학 등단
       시집 『비슬산 사계』 『행복 채널』 『참, 조용한 혁명』 『수상한 시국』 
       제 49회 한민족통일문예제전 우수상 수상(2018)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2020) 
       제 5회 김명배문학상 작품상 수상(2022)
       제 8회 박종화문학상 수상(2022)
       한국문인협회 달성지부 회장 역임
페이지 담당자문화예술과 김도훈 ( 054-639-6562 ) 페이지 수정일 : 2023-08-16 만족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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