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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봄은 다시 찾아 옵니다
  • 등록일2023-02-03
  • 작성자 하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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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차수현


환상적인 날씨입니다 혀 내밀고 내달리기에
나는 줄을 당겨 바람을 가릅니다 간신히 기어 나오는 웃음


좋은 날입니다
죽어 가는 사람 목줄 채우기에


느껴봐 온통 살아 있는 것 투성이야
냄새만 맡아도 꿈틀대는 흙, 돌, 풀, 눈 뜬 벌레, 죽은 자의 혀가 잘린 그림자,
산 사람의 입을 뗀 발자국 그곳에서 영靈을 찾는 발자국 발자국들


천사 같은 아이들이 하나둘 따라붙어 나팔을 붑니다
터져버릴 풍선 같은 주인 여잘 놓칠세라 나는 줄을 힘껏 당깁니다


봄눈의 생사가 움찔대는 건 입춘이 지나서라지


마지막 의자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노파가 말합니다


검은 새들이 나란히 나란히 그 중, 유일한 흰 새 한 마리 보입니다
검은 눈들이 나란히 나란히 그 중, 유일한 흰 눈 한 알 보이지 않습니다


유일한 ㅁ ㅗ ㄱ을 그었거든요


달리는 남자 위로, 만보 걷는 여자 위로, 쌩 지나가는 자전거 위로,
갑자기 우산을 펴는 여학생 위로 뚝 뚝


서둘러 서둘러야 했어
나는 더 이상 당겨지지 않는 바람을 가릅니다
그처럼 깨끗하게 죽은 사람 처음 봤다지 어찌나 핥아줬는지
얼굴이 말갛더래 봄꽃 마냥
주인 여자와 어깨를 부딪친 노파가 입을 뗍니다


자,
당신의 앞발을 들어보세요
그리고 서둘러 두드리세요 그녀가 사는 옆집 대문을


똑 똑 똑 산책할 시간입니다




출처 :《2023년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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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담당자 ( ) 페이지 수정일 : 2023-03-22 만족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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